우리의 '에고(Ego)'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헬륨풍선 같아,
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,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.
알랭 드 보통 - 불안中
나는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나 짧은 문구 같은 걸
따로 적어 두는 걸 좋아한다.
그리고 가끔씩 다시 꺼내 읽곤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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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날은 정말 말도 안 될 만큼 더운 날이었고,
평소보단 옷차림과 화장에 매우 신경 써서
나온 날이라 땀에 화장이 무너질까
날 비추는 모든 거울은 다 쳐다보고 걸었던 것 같다.
' 짤랑- '
앙증맞은 종이 달린 유리 문을 밀고 들어갔다.
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은
10분 정도 늦겠다는 톡을 미리 줬기 때문에
먼저 도착한 나는 딱 에어컨 바람이
직방으로도 아니고 그렇다고
너무 안 오는 곳도 아닌 나만의 꿀팁 자리부터 스캔한다.
다행히 평일 오후라 사람이 없어서
그 자리 비어 있었고 주문도 하기 전에 냉큼 앉아 버렸다.
잠깐 동안 멍 때리며 메뉴판을 보고는
블루샥에 오면 당연 샥라떼를 시켜야지.
잠깐 화장을 고칠 즘 음료가 나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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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짤랑-'
자연스레 내 시선은 종소리가 들리는 입구로 향했고,
나와 눈이 마주친 상대방은 이내 미안함과 반가움의 표정으로
나를 향해 걸어왔다.
"도젠~~많이 기다렸어? 아니 딱 맞춰 나오는데 글쎄 버스를
타려고 하는데 지갑을 두고 나온 거야. 그래가지고 다시 집에 들렀다가
온다고 늦었어."
그녀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자신이 늦은 이유에 대해 변명했고,
괜찮아요라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음료 주문을 하러 가버렸다.
뭐, 익숙하다. 성격이 워낙 급한 사람이라 늘 그녀를 만나면
한 번씩 기가 살짝 빠질 때가 있는 것 빼곤
난 이 사람을 정말 인간으로서 좋아한다.
아마도 그녀는 주문과 동시에 픽업대 앞에서 음료를 기다리고
있을 것이다. 그러곤 아주 많은 양의 티슈를 챙겨서 또
앉기도 전에 나의 안부를 물어볼 것이다.
"도젠~ 어떻게 지냈어? 어머 시럽을 안 넣었네 "
가끔 시럽 넣는 걸 까먹어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.
그녀는 18살 때 과외 선생님으로 만났다. 그때 당시 다녔던
학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그녀에게 공부를 배우게 되었는데,
그때 그녀의 나이는 지금 내 나이와 같았다.
활발한 성격에 매사에 긍정적이었고,
그 당시 대한민국 아이돌 이야기는 10대였던 나보다
더 많이 알고 있었다. 그래서 그때 그녀에게 혹시
연예부 기자가 꿈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다.
하지만 그녀의 대답은
"그들은 내 에고(EGO)의 헬륨 주입기야. "
웃자고 한 소리인 줄 알았는데 1도 웃음기 없이 진지하게
말하길래 농담이 아닌 걸 인지하곤 그냥 대충 이해한 척
넘어 갈려 했다. 하지만 그녀는 처음으로 낮은 목소리로
나에게 물었다.
" 도젠은 무너진 적 없어? "
살아가면서 항상 부모님이 읽어주셨던 동화 속 내용이
현실이길 바라왔지만,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해준 건
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.
" 음... 뭐 옛날 일이라서 이젠 기억도 안 나요. "
나의 미지근한 말에 그녀는 잠시 해주고 싶은 말을 정리한 듯
생각에 잠기더니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 읽어주었다.
우리의 '에고(Ego)'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헬륨풍선 같아,
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,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.
알랭 드 보통 - 불안中
" 예전에 읽게 된 책인데 나는 이 글을 보고 깨달은 게 엄청
많았거든. 작은 바늘에 찔려서 바람이 다 빠지기 전에
난 항상 헬륨을 주입 시켜주고 있어. 너도 이제 곧 성인이
된다면, 수많은 바늘들이 너의 풍선에 찔러 댈 거야.
그럼 너의 풍선은 이제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겠지.
그렇게 되지 않게 너 스스로 헬륨을 주입시켜 줘야 해.
어떠한 방식이든 너만의 방법으로 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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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현재의 나는 헬륨풍선이 한 개가 아니다.
4개의 헬륨풍선이 나에게 매달려있다.
당신의 헬륨풍선은 여전히 잘 매달려있나요?
어떤 방법으로 풍선에 헬륨을 주입시키고 있죠?
궁금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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